
대구는 여름마다 악명을 얻습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7~8월 기온이 36~38°C까지 치솟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더위가 대구만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더위를 피해 팔공산으로 올라가면 시내보다 5~7°C 낮은 선선한 바람이 맞아줍니다.
인구 240만의 대구광역시는 대한민국 제3의 도시이지만, 외국인 여행자들의 여행 일정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경부고속도로의 정중앙에 자리한 이 도시를 제대로 즐기면 — 팔공산, 갓바위, 수성못, 서문시장 — 하루 코스로도 서울·부산과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약 280km, 2시간 40분 소요됩니다. 주말에는 30~40분 추가를 예상하세요. 대구IC로 나오면 팔공산 방면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부산에서는 같은 경부고속도로로 북상해 약 90km, 1시간 거리입니다.

대구 북동쪽에 솟아오른 팔공산(1,192m)은 신라 시대부터 성지로 여겨온 산입니다. 정상까지 왕복 4시간의 하이킹 대신,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면 약 820m 능선까지 10분 만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대구 시가지와 낙동강 유역을 내려다보는 뷰가 압도적입니다.

케이블카 탑승 전, 동화사(동화사) 경내를 먼저 둘러보세요. 493년에 창건된 이 사찰은 팔공산 기슭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9교구 본사로, 거대한 약사여래불과 여러 전각을 품고 있습니다. 주차료는 약 2,000원이며, 사찰 관람 자체는 무료입니다.
팔공산 정상 능선 해발 850m에는 통일신라 시대(638년경)에 조성된 갓바위 석조여래좌상이 있습니다. 납작한 돌 '갓(冠)'을 쓴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갓바위는 '소원을 한 가지 반드시 들어준다'는 믿음으로 유명한 전국적 성지입니다. 수능 시험 전에는 수험생 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2시간 산길을 오르는 장면이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갓바위 탐방은 경산 갓바위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의 동쪽 사면입니다. 여기서 갓바위까지 편도 약 1시간 30분, 잘 포장된 돌계단 길입니다. 주말에는 일찍 출발할수록 좋습니다 — 오전 9시 이전에 등산로에 들어서면 훨씬 한산합니다.
산에서 내려온 후에는 수성구로 이동해 수성못(수성못)을 찾아가세요. 1925년에 만들어진 저수지로, 둘레 약 2km의 산책로와 오리배 대여, 음악 분수, 그리고 남쪽으로 늘어선 식당·카페 거리로 구성됩니다. 여름 저녁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데이트하는 커플들로 가득 차는 대구 대표 야외 명소입니다.

대구 여행의 마무리는 서문시장(서문시장)입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3대 시장 중 하나로, 한복·직물 도매의 중심지입니다. 외국인 방문객에게 특히 추천하는 것은 금·토·일 저녁에 열리는 서문시장 야시장입니다. 80개 이상의 먹거리 포장마차가 줄지어 선 야시장은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운영됩니다.

야시장을 둘러본 뒤에는 중구의 동성로를 걸어보세요. 대구판 명동이라 불리는 이 거리는 패션 매장, 카페, 길거리 공연 무대가 이어집니다. 대구는 '패션 도시'로 이름 높아 서울에 없는 로컬 브랜드 매장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대구는 고속도로 위에서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입니다. 팔공산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갓바위에서 소원을 빌고, 수성못 야경으로 저녁을 마무리하는 이 코스 — 서울과 부산 사이의 가장 알찬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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