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로드트립이라고 하면 대부분 동해 해수욕장이나 강원도 산악 드라이브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전라북도 고창군은 전혀 다른 여름 경험을 선사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인돌 유적지, 잘 보존된 조선시대 읍성, 천 년 역사의 사찰, 그리고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학원농장 해바라기 축제까지 — 작은 군에 이 정도 볼거리가 집중된 곳은 전국에서 고창이 유일합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40분. 당일치기로도 네 곳의 핵심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해안보다 훨씬 덜 붐비는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15번)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부안 방면으로 이동, 고창IC에서 나오면 됩니다. 총 거리 약 270km, 보통 교통 상황에서 2시간 40분 정도 걸립니다. 편도 통행료는 약 18,000~22,000원입니다. 전주에서는 1번 국도 → 22번 국도로 약 55km, 50분 거리이며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습니다. 광주에서는 광주-완주 고속도로에서 장성 방면으로 이동 후 22번 국도 이용, 약 65km, 55분입니다.

학원농장은 고창읍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약 30만 m² 규모의 사유 농장입니다. 봄에는 보리밭 축제(4~5월)로 유명하고, 여름에는 200만 송이 해바라기가 언덕을 가득 메우는 풍경이 압도적입니다. 해바라기 축제는 보통 7월 말~8월 중순에 진행되며 개화 상태에 따라 날짜가 다소 달라집니다. 선운산도립공원의 녹색 산자락을 배경으로 황금빛 해바라기가 완만한 언덕 위로 끝없이 펼쳐지는 장면은 맑은 아침 일찍 감상하면 더욱 극적입니다.

고창읍성(모양성)은 1453년 조선시대에 축성된 국내에서 가장 잘 보존된 읍성 중 하나입니다. 1.7km에 달하는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30~40분 정도 걸리며, 고창읍과 주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소박하지만 인상적입니다. 특히 이곳에는 성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돌면 무병장수한다는 전통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한 바퀴는 무병장수, 두 바퀴는 만사태평, 세 바퀴는 극락승천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성돌을 이고 도는 방문객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고창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도로 고인돌이 분포합니다. 군 전역에 2,000기 이상이 분산되어 있으며, 핵심 군집인 고창 고인돌 유적은 화순·강화 고인돌과 함께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탐방로를 따라 대형 고인돌들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고, 인근 박물관에서는 기원전 1000~600년경 청동기 시대 문화를 설명하는 전시물을 볼 수 있습니다. 45분이면 탐방로와 박물관을 편하게 돌아볼 수 있으며, 수천 년 전 선조들이 남긴 거대한 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경외감이 듭니다.

시간이 한 시간 더 있다면 고창읍에서 서남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선운사를 놓치지 마세요. 577년 백제 시대에 창건된 천 년 고찰로, 선운산도립공원 기슭의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사이에 자리합니다. 봄에는 동백꽃,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짙은 나무 그늘과 계곡 소리가 도심의 열기를 완전히 잊게 해줍니다. 마을 입구에 주차하고 10분 정도 숲길을 걸어 사찰 정문까지 들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창에는 다른 어디서도 이만큼 맛있게 먹기 어려운 두 가지 특산물이 있습니다. 첫째는 복분자주 — 고창 야산에서 자라는 복분자(야생 산딸기)로 만든 진한 루비 빛 전통주입니다. 고창군은 국내 최대 복분자 산지이며, 길가 상점에서 8,000~15,0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차갑게 마시면 달콤하면서 새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둘째는 풍천장어 — 선운사 일대 하천에서 잡히는 민물 장어를 숯불에 구운 요리입니다. 풍천장어는 기름기가 풍부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전국 미식가들이 찾는 고창의 자랑입니다. 선운사 입구 식당가에서 장어 정식 1인분에 25,000~35,000원 정도입니다.

고창 수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창의 기후와 토양에서 자란 수박은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며, 여름 내내 길가 좌판에서 한 조각에 2,000~3,000원에 팔립니다. 명소들 사이 이동하면서 먹는 수박 한 조각이 고창 여름 드라이브의 빠질 수 없는 재미입니다.
고창은 한국 로드트립 지도에서 쉽게 지나쳐버리는 곳입니다. 주요 고속도로에서 살짝 비껴나 있고, 경주나 전주만큼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사시대의 고인돌에서 출발해 조선 시대 성곽을 걷고, 천 년 사찰을 거쳐 황금빛 해바라기 들판으로 마무리하는 하루는 — 복분자 막걸리 한 병과 함께라면 — 한국 여름의 가장 깊은 맛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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