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이나 지리산 대신 주왕산 국립공원을 선택하면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고, 조용한 협곡과 웅장한 자연을 제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 청송군 깊숙이 자리한 주왕산은 고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수직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싼 협곡 국립공원입니다. 하나의 평탄한 탐방로를 따라 3개의 폭포를 모두 볼 수 있고, 신비로운 주산지까지 더하면 하루 드라이브 코스로 완벽합니다.
주왕산은 1976년 한국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화산 유문암 지형이 탁월한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내에 위치합니다. 당일치기로 주요 명소를 모두 볼 수 있지만, 청송 시내에서 사과와 산채비빔밥을 즐기며 1박 2일 일정을 즐기는 것도 추천합니다.

주왕산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에서는 중앙고속도로(35번)를 타고 영주·안동 방면으로 내려온 뒤 청송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이용하면 됩니다. 총 거리는 약 280km,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고속도로 통행료는 편도 약 20,000원 수준입니다.
대구에서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약 100km,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포항에서는 내륙 방향으로 약 80km, 1시간 20분 정도 됩니다. 경북 광역 드라이브를 계획한다면 서쪽의 안동 하회마을(60km)과 남쪽의 경주(100km)를 함께 묶어 2박 3일 코스로 짜면 좋습니다.

주왕산 탐방은 대전사(大典寺)에서 시작됩니다. 신라시대(7세기)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보광전·극락전·상성전 등의 전각이 협곡 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찰 관람은 무료이며, 탐방로를 걷기 전 15~20분 정도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차장에서 대전사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입니다. 사찰 뒤편으로 수직 암벽이 200m 이상 솟아오른 풍경이 펼쳐지며, 여름 이른 아침에는 햇빛이 암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주왕산의 핵심 코스는 주왕계곡 탐방로입니다. 계곡물을 따라 점점 좁아지는 협곡을 지나 3개의 폭포에 이르는 평탄한 길로, 등산 경험이 없는 분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3폭포까지 왕복 거리는 약 7~8km, 사진 촬영과 휴식을 포함해 3~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1폭포 중간쯤에는 가룡굴이 있어 협곡의 서늘함을 느끼기 좋고, 여름에도 온도가 크게 낮아집니다. 제1폭포는 맑은 담소 위로 쏟아지는 모습이 시원하고, 제2·3폭포는 더 웅장합니다. 특히 장마철인 6~7월에는 세 폭포 모두 수량이 풍부해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왕산 입구에서 차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주산지(注山池)는 청송 여행의 숨은 보석입니다. 1720년 조선 시대에 농업 용수 목적으로 조성된 이 저수지는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물가의 왕버들이 물속으로 뿌리를 내려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냈습니다. 물 위로 가지를 늘어뜨린 고목들과 주변 협곡 능선이 어우러진 풍경은 경북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명소 중 하나입니다.
소형 주차장에서 저수지 전망대까지 평탄한 숲길로 약 10분 걸립니다. 여름 이른 아침에는 따뜻한 수면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왕버들에 첫 햇살이 닿는 풍경이 몽환적입니다. 이 장소는 김기덕 감독의 2003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의 촬영지로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왕산은 일찍 도착할수록 좋습니다. 여름 주말에는 오전 10시면 주차장이 만차가 됩니다. 오전 8시에 도착하면 탐방로를 한적하게 즐길 수 있고, 협곡은 여름에도 기온이 낮아 더위를 피하기에 제격입니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휴대폰 통화가 잘 안 되는 구간이 있으니, 사전에 오프라인 지도를 저장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주왕산은 처음 방문하면 그 웅장함에 놀라게 됩니다. 협곡 암벽은 상상보다 높고, 폭포 소리는 더 크며, 주산지의 물안개는 사진으로 담기 어려울 만큼 신비롭습니다. 여름 주말에는 렌터카 예약을 서두르고, 청송에서 1박을 계획해 이른 아침 주산지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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