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미곶은 한반도 본토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입니다. 호랑이 꼬리처럼 동해로 길게 뻗어 나간 곶 끝에 1908년에 세워진 26미터 높이의 등대와, 거대한 청동 조각 ‘상생의 손’이 있습니다. 매년 1월 1일이면 수만 명의 한국인이 새해 일출을 보러 이곳까지 운전해 옵니다. 그 외의 날에는, 거의 텅 빈 풍경을 혼자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가이드는 서울에서 직접 운전해 포항을 거쳐 호미곶까지 가는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약 370km, 4시간의 고속도로 주행. 추천 일출 포인트, 식사할 만한 곳, 그리고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포스코의 도시 포항을 묶어 1박 2일 동해 코스로 확장하는 방법까지 다룹니다. 운전 자체가 절반의 즐거움입니다.

포항은 서울에서 남동쪽으로 360km 떨어져 있습니다. 가장 빠른 길은 경부고속도로(E1)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금호 분기점에서 대구-포항 고속도로(E551)로 갈아타는 루트. 도심에서 출발해 막힘 없으면 4시간, 여름 금요일이면 5시간까지 걸립니다. 대부분 평탄한 고속도로 — 터널과 농경지, 그리고 대전과 대구를 지나는 긴 구간입니다.
통행료는 편도 하이패스 기준 약 22,000원. 대부분의 렌터카에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미리 설치되어 있습니다. 없는 경우 현금 차로를 이용하세요 — 톨게이트에서는 해외 신용카드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호미곶 방향이면 포항 IC 또는 포항 톨게이트에서 빠지고, 그 뒤로는 해안을 따라 호미곶까지 이어지는 국도 31호선을 탑니다.
긴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서울역 → 포항역 KTX(2시간 15분, 약 50,000원)를 타고 포항에서 차를 빌리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롯데, SK, AJ 등 주요 렌터카 업체가 모두 역내에 데스크를 두고 있습니다.
포항 시내에서 국도 31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30km 내려가면 호미곶에 닿습니다. 왕복 2차선의 해안 도로 — 한쪽은 송림, 다른 쪽은 동해, 그리고 몇 킬로미터마다 작은 어촌이 등장합니다. 현지인들은 이 구간을 ‘해맞이로’라고 부르며, 한국에서 손꼽히는 짧은 해안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속도 제한은 마을 구간 60km/h, 외곽 구간 70km/h. 해수욕장 진입로 부근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여러 대 있으니 네이버 지도 또는 카카오맵의 음성 안내를 켜두세요. 구글 맵은 한국 과속 단속을 안내하지 않습니다.

중간 지점에 자리한 구룡포는 현역 어항이자 의외의 역사를 품은 마을입니다(아래에서 자세히). 점심을 먹기 좋은 위치이고, 여기서 호미곶까지는 다시 15km. 호미곶 본 광장 ‘해맞이광장’ 주차는 무료, 새해 연휴를 제외하면 빈자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호미곶의 상징은 ‘상생의 손’입니다. 조각가 유영모가 새 천년을 기념해 1999년에 제작한 한 쌍의 청동 손 — 한 손은 바다에서, 다른 손은 광장에서 솟아오릅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지요. 일출 시각에 오른손이 떠오르는 해를 정확히 감싸는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국 동해안 관광 포스터의 단골 컷이 되었습니다.

광장 뒤편의 호미곶 등대는 높이 26.4m로, 1908년 12월부터 한 번도 끊김 없이 운영되어 온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입니다. 부속 등대박물관은 무료 입장에 영어 안내가 있고, 3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옥상에는 전망대도 있어 바다와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새해 인파 없이 일출 사진을 찍고 싶다면 4월 또는 10월 평일을 추천합니다. 날씨가 온화하고 일출은 오전 6시 전후, 광장에는 사진 찍는 사람 20명 남짓이면 끝입니다. 단, 곶은 항상 바람이 강하니 바람막이는 필수입니다.
호미곶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구룡포는 작은 어항이지만, 2019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다시 주목받은 곳입니다. 진짜 볼거리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 어업 거점이던 시절 지어진 1900년대 초 일본식 가옥들이 언덕 위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돌계단을 따라 복원된 목조 가옥들이 늘어서 있고, 지금은 카페와 사진관, 그리고 작은 역사관(입장료 1,000원)으로 운영 중입니다. 언덕 꼭대기에서는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1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 그리고 메인 이벤트인 대게가 기다리고 있죠.
구룡포는 한국 최대의 대게 산지 중 하나입니다. 항구 앞 대게직판장에서는 살아 있는 대게를 골라 즉석에서 쪄줍니다. 중간 크기 한 마리 40,000–80,000원 선이고 둘이서 충분히 먹습니다. 겨울철(11–2월)에는 과메기가 명물 — 반건조 꽁치를 김, 마늘, 쌈장과 곁들이는 향토 음식으로, 사람을 가리는 맛입니다. 1인분 약 40,000원.

포항은 인구 약 50만 명의 산업도시 — 세계 최대급 철강사 포스코(POSCO)의 본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속초나 강릉처럼 그림 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도심 해변과 새로 단장한 운하, 동해안 최대 수산 시장이라는 매력이 있습니다.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을 대표하는 해변 — 도심 안에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 위에, 바다 위로 170m 뻗어 나간 영일대 전망대가 있습니다. 무료로 걸어 들어갈 수 있고, 해 질 무렵에는 만 전체와 야간의 포스코 조명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해변 바로 남쪽에 있는 포항운하는 2014년에 복원된 1.3km 길이의 도심 수로. 걸으면 약 25분, 작은 운하 크루즈선을 타면 8,000원에 항구까지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시내에서 점심을 먹는다면 죽도시장 — 동해안 최대 전통 시장으로, 회 골목에서 수조의 활어를 직접 골라 즉석에서 회로 떠줍니다. 둘이 먹을 중간 사이즈 모듬회는 40,000–60,000원 정도. 시장 내 유료 주차장(시간당 1,000원)을 이용하세요. 골목 주차는 어렵습니다.
호미곶은 설악산이나 제주처럼 광활한 풍경으로 승부하지는 않습니다. 단 하나의 극적인 점, 그 위로 떠오르는 첫 해. 그러나 광장에 서서 청동 손바닥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등 뒤로는 잠든 한반도 전체를 두고 마주하는 그 새벽은 분명 한국에서만 가능한 풍경입니다. 차를 빌리고 알람을 맞추고, 동쪽으로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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