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에는 벚꽃이 주목받지만, 여름에도 한국에는 꽃 구경의 계절이 있습니다. 바로 수국 시즌입니다. 5월 말부터 7월까지 전국의 산길, 해안도로, 공원이 보라색·파란색·흰색 수국으로 물듭니다. 수국은 벚꽃보다 훨씬 오래 피어 있고, 렌터카가 있으면 차 없이는 찾기 어려운 명소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개화 시기가 다릅니다. 제주도는 한국에서 가장 빠른 5월 말부터 수국이 피기 시작해 6월 중순에 절정을 맞습니다. 경기·강원·전남 지역은 6월 말~7월 중순이 피크로, 장마철과 겹칩니다. 오히려 흐리고 습한 날씨가 수국에 잘 맞아 색이 더욱 선명하고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제주는 한국에서 렌터카로 여행하기 가장 쉬운 섬입니다. 일주도로(1132번 지방도)가 섬 전체를 순환하며,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북쪽과 동쪽 해안에는 수국이 자생합니다. 서쪽 해안의 한림공원에는 수국 전용 산책로가 있어 6월 초에 특히 아름답습니다. 용암동굴과 아열대 식물원도 함께 있어 반나절 코스로 손색이 없습니다.
가장 경치 좋은 코스는 제주시에서 애월(애월읍)을 거쳐 한림으로 이어지는 일주도로 서쪽 구간입니다. 이 길 옆으로는 돌담과 수국 울타리가 나란히 이어지며, 곳곳에 뷰포인트가 있어 바다를 배경으로 수국을 사진에 담을 수 있습니다.

보성(보성군)은 한국 녹차의 고향으로 유명하지만, 6월 말~7월이 되면 차밭 인근 시골길에 수국이 줄지어 핍니다. 초록 차밭 계단식 논과 보라색 수국 경계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보성에서 율포해수욕장 방면 2번 국도를 따라가면 수국이 경계를 이룬 들판과 다원을 지나는 15킬로미터 구간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더 가면 순천만국가정원과 여수까지 연결됩니다. 가을보다 여름 남해안은 한결 녹음이 짙고 한산합니다. 순천만국가정원 내 장미원 근처 수국 화단도 들러볼 만합니다.

서울에서 차로 1~1.5시간이면 닿는 남이섬과 양평 일대도 수국 명소입니다. 남이섬은 가을 단풍 명소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산책로에 수국이 가득 피고 관광객도 훨씬 적습니다. 차는 가평선착장 주차장(무료)에 세워두고 배를 타고 들어가면 됩니다. 왕복 도선료 3,000원, 입장료 성인 16,000원.
양평 쪽으로는 두물머리가 필수 코스입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강변 산책로와 수양버들이 어우러진 명소로, 여름에는 강변 인근 카페와 농원 사이 수국이 소박하게 핍니다. 양평 지역 펜션과 카페 정원에도 수국 화단이 많습니다.

수국 시즌은 한국 여행의 숨겨진 보석 같은 시간입니다. 봄꽃 여행객이 빠져나간 뒤 고요한 도로와 짙은 초록 속에서 피어나는 수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를 가신다면 6월에 일찍 숙소를 예약하세요 — 여름 성수기 전이지만 좋은 숙소는 금방 차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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