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내륙 여행자들은 대개 단양 석회암 지대나 춘천 닭갈비로 곧장 향한다. 그런데 그 사이, 서울에서 불과 170km 거리에 청풍호(청풍湖)가 있다. 산림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호수와 절벽을 따라 달리는 2차선 도로가 이어지는 곳 — 관광지도에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한 번 와본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게 되는 드라이브 코스다.
이 호수는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13개 마을이 수몰되면서 생겨났다. 수몰 전, 역사 건물 43채를 고지대로 이전·복원해 만든 것이 오늘날의 청풍문화재단지다. 케이블카, 문화재단지, 호반 드라이브 세 가지만으로도 반나절 코스로 충분하다.
서울에서는 영동고속도로(50번) 동쪽 방향으로 달리다 원주를 지나 중앙고속도로(35번)로 갈아타고 제천 IC에서 빠진다. 총 170km, 1시간 40분 소요(평일 기준). 편도 통행료는 12,000~14,000원 수준이다. 호반 도로 자체를 즐기려면 대중교통보다 렌터카가 훨씬 유리하다.

청풍호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는 청풍호반케이블카다. 전장 2.3km로 국내 최장급 곤돌라 중 하나로, 청풍 선착장 아래에서 출발해 해발 531m 능선까지 올라간다. 편도 약 15분 소요. 맑은 날이면 호수 전체와 주변 능선, 멀리 단양 방향 산줄기까지 보인다.
요금은 성인 왕복 약 14,000원. 상부 정거장에는 소규모 전망대와 능선 산책로가 있다. 오전 중 시야가 가장 좋으니 오전 9시 30분까지 도착을 권한다. 7~8월 성수기 주말에는 대기줄이 길어진다 — 6월 평일이 한결 쾌적하다.

케이블카 하부 정거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청풍문화재단지가 있다. 1985년 충주댐 수몰을 앞두고 43채의 건물 — 정자, 석탑, 돌담, 전통 민가 — 을 이곳 구릉지로 옮겨 보존한 곳이다. 일반적인 야외 박물관 분위기와 달리, 계단식 정원 사이로 고즈넉한 돌담길이 이어지고 정자 너머로 청풍호가 내려다보인다.
입장료 3,000원으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사진 명소는 금수정(錦繡亭) — 구릉 끝자락에 올라앉은 팔작지붕 정자 너머로 호수 전경이 펼쳐지는 구도다. 아침 일찍 방문하면 빛도 좋고 사람도 없다.

단지를 나오면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82번 지방도는 청풍호 북쪽 해안선을 따라 터널과 절벽 사이를 굽이쳐 달린다. 가드레일 없는 구간도 있어 자연스레 속도가 줄어든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나무 숲과 잔잔한 호수, 텅 빈 2차선 도로가 만들어내는 고요함이 압권이다.
82번과 597번을 이어 호수를 일주하면 정차 없이 약 40분. 북쪽 구간 몇 군데에 비공식 주차 공터가 있어 물가로 내려갈 수 있다. 청풍나루에서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약 30~40분)도 운영 중이다.

제천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는 의림지(義林池)를 빠뜨리지 말자.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인공 연못으로, 시내 중심에 있다. 무료 입장, 수양버들 산책로, 조용한 분위기 — 20분짜리 무료 우회 코스로서는 최고다.
제천은 예로부터 한방 도시로 유명하다. 청풍호 주변 식당에서는 황기·오미자 등 약재를 활용한 약채락(藥菜樂) 세트를 선보인다. 전문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신선한 산나물과 맑은 국물 위주의 정갈한 밥상이다.
호수에서 잡은 민물고기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붕어찜은 제천의 대표 음식으로, 간장과 참깨·채소를 넣어 뼈까지 부드럽게 조려낸다. 쏘가리매운탕은 청양고추가 들어간 칼칼한 버전. 호수 변 식당들 대부분 1인 25,000~35,000원 수준의 세트 메뉴를 낸다.

청풍호는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우지 않는다. 텅 빈 절벽 도로, 물 위에 비치는 산 그림자, 물속에 잠긴 마을의 흔적을 품은 문화재단지 — 서울에서 1시간 40분 거리, 한국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반나절 드라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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